신현진

Julia Marsh: 예전에 쌈지스페이스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잃은 가장 큰 손실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Shin HyunJin/신현진 photo: sitecited

신현진 photo: sitecited

신현진: 그렇다, 쌈지스페이스에서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해 안타까움이 남는다. 하지만 쌈지 스튜디오 프로그램의 폐지가 쌈지스페이스나 미술계의 큰 손실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쌈지스페이스는 다른 대안공간과 더불어 한국 미술시장의 세계화에 성공적인 역할을 하였다. 쌈지스페이스와 쌈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그 당시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중의 하나였다고 그리고 당시의 예술계를 해석하는데 키워드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쌈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구조는 당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동향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 까지 세계화와 더불어 한국의 경제와 현대미술 시장 또한 적자생존과 같은 원칙을 담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형태로 변화했다. 그 변화 속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은 작가들에게 명예, 발전가능성, 국제적 차원에서의 홍보와 관련된 도구 그리고 관계망 형성의 기회 제

공에 힘썼다. 쌈지 스페이스 스튜디오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목적에 특화되어 일정 기간 그 역할을 다했고, 다른 보다 큰 공공기관들이 작가들을 위한 여러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쌈지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마감을 알렸다.

JM: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으로 활성화된 입주작가 프로그램들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현진: 1998년도에 니꼴라 부리요는 『관계의 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을 출간하였다.  관계의 미학 개념은 니꼴라 부리요가 90년대 특정의 미술활동을 정의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관계형성이 미술연구의 공통분모로 적용된다고 언급하였다. 바꿔 말하자면,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krit Tiravanija)의 요리 접대와 같이 미술 작품의 완성이 완성된 작품 그 자체만이 아닌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다른 예로, 쌈지스페이스에서 내가 진행했던 ‘공개적으로 말하기(Publicly Speaking)’ 프로젝트는 한국의 작가들과 ‘Art Initiatives in Tokyo’간의 레지던시 교환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카즈 사사구치(Kazz Sasaguchi)와 히로하루 모리(Hiroharu Mori) 작가의 작업 ‘학생 운전자(Student Driver)’는 교통법규를 습득하는 학생 운전자의 심리를 여행자들이 외국의 관습을 지각하는 것과 견주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작가들이 공간을 바꿔 작업하는 과정에서 들인 시간과 임시 거처마련을 제외하고도 초대 기관으로부터 뿐만 아니라 자원 운전자와 강사 모집에까지 행정적 지원이 필요했다.

당시의 예술이 요구하는 조건과 이에 대응하는 예술기관에게 있어서 레지던시는 매우 적절한 형태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다른 요소로는 세계화, 그리고 증가하는 국제적 미술행사에 대한 요구등을 들 수 있다. 국제적 작가들을 한국에 데려와야 할 필요성은 위에서 나열하였던 이유들과 더불어 오랫동안 동시에 커져왔다. 미술작품 제작의 메커니즘이 위와 같은 방향으로 전환 되는 시점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더욱더 부각된다고 본다.

JM: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나? 혹은 부당하게 이용당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신현진: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JM: 현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미술비평 박사과정 연구주제로 사회적 기업가들의 신자유주의적 경제활동이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지금의 연구주제가 예전의 연구주제와 다른 관점 또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신현진: 지금까지 뉴욕의 ‘Asian American Art Center’와 쌈지스페이스, 이렇게 두 곳의 대안공간에서11년 이상을 일해왔다. ‘Asian American Art Center’는 내가 일을 시작하던 해에 27주년을 맞이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미국 내의 대안공간의 구조와 역사에 관한 지식을 넓히고 더불어 한국 대안공간의 동향 파악에도 도움을 주었다. Asian American Art Center에서 일을 마친 2002년 당시는 뉴욕의 대안공간들이 문을 닫거나 운영 구조를 바꿔나가는 시기였다. 나는 한국에서 대안공간들이 개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중 한 곳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2008년과 2009년 무렵에는 한국의 대안공간들이 개설 된지 10년 만에 다수의 대안공간들이 문을 닫거나 서울의 변두리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미국의 대안공간들에서 30여년 만에 닥쳐온 불운이 한국에서 불과 10년 안에 일어난 것이다.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영국의 시티 레이싱(City Racing), 스웨덴의 노르딕 스톡홀롬 미술대학, 그리고 스웨덴 말모에 있는 루지움(Rooseum Center for Contemporary Art)과 같은 지역사회에서 지역의 예술가들을 위한 대안공간 또는 비슷한 형태로 구성된 단체들 또한 구조적인 변화를 겪거나 문을 닫았는데, 이는 구조적 변화가 국제적 현실임을 보여준다.

쌈지스페이스가 문을 닫으면서, 나는 내 삶과 일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라고 느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술이 처한 상황을 사회, 경제, 역사적인 면에서 보고 싶었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에 참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적합한 일을 찾기 위해 내가 해온 것을 학문적인 측면에서 검토해 보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적 경제와 정책, 경제이론과 사회학에 관해 연구하게 되었다.

동시에 미술계의 여러 사례들도 연구 중이다. 어떠한 새로운 접근이 강구되고 있는가? 오늘날의 사회와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이러한 종류의 예술 제작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이러한 생각들은 미래의 논문 주제의 일부로 구상 중이다. 질문에 답하자면, 사회적 기업 활동은 미래에 하나의 예술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기구의 축소와 사회복지 제도의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노무현 정권(2003-08)이 시작한 작은 정부 정책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문화거버넌스 정책의 시작으로 국공립 단체의 역할과 사업이 민간 단체와 기업에게로 책임이 이전되고 있다.  사회복지 또한 기업과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은 기업의 사회 복지 사업 형성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보조금으로 사회적 기업가들의 2,3년의 월급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활성화 되었다.  이와 같은 정책은 사회적 공익을 포함하는 문화 기관들에게도 적용되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성공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 60년대에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J Baumol)은 문화경제학의 관점에서 생산성의 부족은 공연예술의 실제 비용을 장기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학설을 세웠다. 그리고 예술은 시장의 실패라는 원리가 적용되는 분야이므로 이들은 지원금 없이는 생존할 수 없으리라는 논리를 증명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국가 예술 기금(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과 문예진흥기금’ 의 설립 정당화에 이용되었으며, 1965년부터 예술을 옹호하는 논리로 자주 인용되었다. 하지만 이 학설이 몇 십년이 지난 지금의 경제상황과 시장에도 반영될 수 있는 논리라면, 예술계 안의 사회적 기업 활동은 모순일 것이다. 또는 반대로, 금방이라도 닥칠 사회변화를 예고하는 자본주의의 종결과 월스트리트의 점령 시위 등이 벌어지는 이 시점에서 사회적 기업의 이념적 측면만을 고려해 본다면 정부나 대표자들의 관리를 통해서가 아닌 개개인의 참여로 이루어진 사회적 기업 활동의 성공이란 사회변화가 요구하는 반관료주의적, 자유민주주의적 주체의 권리가 보장, 반영되는 정책일 수도 있다. 나는 정부에게 높은 세금을 내면서도 개개인이 자신의 복지에 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실정은 달갑지 않다. 만약 민간의 복지 참여 조직화가 조세를 줄여준다면 이 정책에 보다 동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는 한 인류의 복지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대항 논리는 아직 없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고 일단 기다려보아야겠다.

JM: 한국의 민주화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한국 미술시장에서 비즈니스와 미학이라는 요소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신현진: 주류 미술활동에 끼친 이러한 영향력의 특징은 노동에 관한 이론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미술과 노동이론의 연결은 설치미술,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 그리고 관계적 미술과 연관된 실험적이며 개념적인 미술활동으로 제한된다. 그리고 이 주제와 관련된 텍스트가 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artfirm)에 있다.

1991년, 마우리치오 라자라토(Maurizio Lazzarato)는 “비물질 노동(Immaterial Labo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하여 단순한 노동구조를 가지고 있던 공업화(케인즈, 포디즘) 시대에는 육체노동 작업이 생산체계의 초점이었지만 이것이 고객관리과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의 피드백으로 옮겨가면서 복잡하고 주관적이며 유연한 방식으로 대체되었다고, 탈공업화시대(and Post-taylorism)의 노동 환경 변화를 논증하였다. 이런 변화는 노동자들의 성향을 변화시켰고, 이들은 주관적이며 인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자기홍보에 힘쓰는 개인주의적이자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추어야 하는 문화를 낳게 되었다. 사람들은 천천히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특성에 맞춰 변화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의 제조사는 소비자의 의견수렴을 생산품목 결정에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 상품 소비하는 과정 즉, (소비하는 사람들 간의 소속감과 같은) 사회적 관계를 생산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의견 소비하는 방식과 문화의 행위가 비물질 노동으로 경제적 생산체계에 귀속되었고 비물질 노동의 정의가 변화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현대 경제적 생산체계에서 비물질 노동의 “원료”는 주관적 취향과 관계이며 생산물은 “이념적인” 환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계 미학을 지향하는 예술작업과 많이 닮아있다. 작품에서 대중의 참여는 데이터의 기반이 되고 이 사회적 관계의 경험을 통해 대중들은 작가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시대의 경제적 이론은 미술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혹은 합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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