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란

Julia Marsh: 당신의 스페이스99에서의 근무 경험은 아주 정치적이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거나 간과된 사회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동양의 화조화를 공부하던 미술사 전공자가 그러한 진흙탕 속 현실로 뛰어들게 되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신성란 photo: J. Marsh

신성란 photo: sitecited

신성란: 석사 논문으로 조선시대 화조화를 주로 그린 작가를 연구했으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전시 공간인 space99에서 일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합니다.

서구 근대화 이후 현대 한국 미술은 경제 개발 계획처럼 ‘국제적인 수준에 걸맞는’ 이라는 명제 아래에 형식과 내용뿐만 아니라 예술 정신 또한 서구 예술 경향을 쫒아 변화해 왔습니다. 이는 예술 이외에 한국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로 아시아 전체에서 보여 지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 고유 문화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무엇인지 찾아 가는 과정을 우리가 처한 문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통로로 파악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한국 고유미의 기준이 되는 근대화 이전의 조선시대 미술을 대학원에서 연구했습니다. 조선시대에서도 전통에서 근대로 변화하는 19세기라는 변혁의 시대를 선정하고, 그 시대의 대표 화목인 화조화를 통해 미적 감상의 영역보다 이를 통해 나타나는 전통 시대의 문화 수용 방식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동시대 미술 전시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동양의 옛 고전과 사상 문화에 대한 세미나는 지속해 왔습니다.

연구와는 달리 업무들은 동시대 미술의 변화와 본질을 알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갤러리나 국공립 미술관이 지닌 시장성과 관제성이 없으면서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추구하는 공간으로서 space99를 선택하였지요. 반면에 저예산과 더불어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사회 운동 단체의 홍보 공간이기도 한 복잡한 정체성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직면했었습니다. 그러나 기획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비주류를 위한 사회 정치 미술의 다양한 실험과 연대 모색이 가능했다는 점은 이 공간에서만 취할 수 있었던 큰 성과입니다. 저는 아직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과 국립현대미술관 인턴, space99의 경력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색들은 언젠 가는 큐레이터로서의 저의 정체성을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JM: 이러한 정치적 맥락이 강한 곳에서 일한 경험이 예술을 좀 더 추상적인 사회적 압력들로부터 별개로 분리하여 생각하려는 당신의 능력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는가?

신성란: 크게 변화가 있지는 않습니다. 예술의 특정 형식에 구애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삶과 사람을 소리를 담아내고 성찰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JM: 일반적인 전시공간과는 달리, 평화를 장려하고 비폭력을 주창하는 목적을 지닌 평화박물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전시에서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성란: space99는 전시공간이지만 평화박물관이라는 비영리 사회단체로 평화운동을 위해 복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특정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은 소재주의에 빠져서 예술의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저는 폭력적인 사회 상황을 지양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바라는 평화 운동과 예술이 만날 때 예술이 큰 테제 아래에서 제한되지 않게 예술성을 확대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주력한 부분은 연대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 문제를 다룰 때 작가들을 직접 그 노동 현장과 소리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노동 문제를 다룰 때 관념적인 접근을 피하고 노동자들이 처한 실제적인 환경을 접촉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평화박물관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단체로 이미 폭넓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기에 이 역할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예술과 사회와의 연결은 사회와 삶의 내면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JM: 전에 만났을 때 당신은 지난 시대를 바탕으로 한 한국 예술가들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한국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업이나 태도 등에서 과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가?

신성란: 한국의 일부 예술가들은 과거의 전통 미술에서 쓰인 소재나 작업 방식 등을 현재적 방식으로 변화시킨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통 미술을 현재적 고민으로 이끌어 내고 작업을 발전시키는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서구미술에서 동양 미술을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한국 내에서 다시 전통을 타자적인 것, 그리고 향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소재주의나 방식을 활용하는 맥락에서 그친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소재나 방식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서 서구화라는 큰 물결에서 충동하고 퇴색된 한국적 사유와 삶의 방식, 그리고 예술이라는 부분이 통합되는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한 역작을 만나고 싶은 것이 바람입니다.

JM: 스포츠나 TV처럼 예술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신성란: 예술은 물론 다른 대중매체와는 다릅니다. 현재까지의 예술은 tv 드라마처럼 접근성이 있지도, 스포츠처럼 이해하기도 쉽지 않죠. 예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소수를 위한 특정 분야일 뿐입니다. 특히 예술이 가진 고가 기호 상품으로서의 상업성은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소수의 재력가와 고급 취미로 일부 계층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경제적인 구조 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최근에 미술관이 많이 생겨나면서 늘어난 향유층도 고급 문화권에 들고자 하는 계층 상승적 욕구가 반영된 부분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예술 작품들은 이런 욕망을 소비와 결부시킨 마케팅의 산물일 뿐입니다.

예술이 과연 대중적이어야 하는지 이것은 예술에 있어서 그 근본을 고민하게 하는 큰 명제입니다. 하지만 ‘예술이 그 시대의 미학적 표상’이라는 더 큰 명제에서 고민을 하면 예술이 담은 시대는 누구를 위한 것이라는 것과 맞닿습니다. 이는 시대마다 변화하는 시대 정신과 연관이 있습니다. 현대 이후 사회를 이끌고 만들어 가는 층은 외면적으로 더 넓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뜻이 담아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예술이 지닌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있습니다. 다양한 삶과 사람의 소리에 다가가서 더 많은 이야기와 성찰이 있는 작품들은 예술적 성취를 이룸과 동시에 예술의 존재 이유를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공미술이나 커뮤니티 아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술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다룬 사회정치적 미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계몽과 프로파간다를 넘어, 폭넓은 사람들의 가슴에 다가가서 삶을 더 생각해보고 활력을 줄 수 있는 예술가의 사유와 성찰이 담긴 예술을 바랍니다.

JM: 그리고 예술이 특화된 전문분야라는 점에서, 예술, 혹은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의 교환에 있어 자본이 점유한 지배적 역할을 약화시키기 위해 예술가와 큐레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 보는가?

신성란: 자본은 예술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로 작가 위주의 미술 시장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포함 되면서 예술 전반에 나타난 상업화는 더욱 급속화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고급 취미와 재력의 상징이라는 문화자본의 면모를 넘어서 예술이 판매와 투자 가능한 상품이길 원하는 구매자의 욕구들이 예술 환경에 침투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갤러리, 비평가, 언론, 미술관 등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비평가의 호평과 유명세 그리고 작품 판매라는 순서와 방식은 작가가 생활인으로 생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시장성에 치우치게 되면 작가는 자신이 고급 상품의 제작자인지 예술가인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큐레이터로서 이 경계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시장에 치우치지 않고 예술가로 살아가기란 어려운 외줄타기 같은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에서 자유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공 영역의 정책적인 후원이 필수적이며, 갤러리 생산 구조를 탈피한 기업 연계의 순수한 후원 목적의 후원회 조성들도 중요합니다. 실제적인 상품적 가치가 아니라 돈으로 환산 될 수 없는 예술의 가치를 공유해 나가야 합니다. 이 가치는 예술이 지닌 공공성이 확대할 때 더욱 가능해 집니다. 그리고 전시에서는 각 작품들이 지닌 미술사적 가치를 높이고 홍보해서 궁극적으로 사회적 공적 자산으로 공공미술관에 소장되는 여건들을 구축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uestions Translated from English to Korean by Kim Kwang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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