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습

Julia Marsh: 당신의 작업을 처음 접했을 때, 특히 “컨테이너 시리즈 – 모내기 (2010)”를 주목했다. 이 작품은 노동과 계층, 뿐만아니라 위치와 신체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긴장들을 응축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특히 이 시리즈와 관련하여, 당신의 주제의식에 있어 노동 문제와 경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JoSeub   photo: sitecited

JoSeub    photo: sitecited

조습: <모내기> 작업은 평생을 용접공으로 살았던 아버지가 2010년에 돌아가시면서 유품으로 물려준 공업용 코팅장갑으로 모내기 하는 시늉을 연출해서 만든 사진작품이다. 1930년대 1940년대 태어난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이 강박처럼 기억하고 실천에 옮긴 건설과 개발, 국가 발전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치룬 개인의 희생과 역사적 반복들을 모티브로 작품이다. 2008년 남한 사회에 새로운 정권(신자유주의) 등장했을 때부터 첨예하게 갈등을 이루고 있는 노동 문제와 사회적 계급의 차이들을 그리고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굉장히 순응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는 부분 이였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작업이 출발 되었다.

JM: 당연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스스로 정치적, 혹은 이데올로기적인 작가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사회에서 정치적 미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또 그것의 잠재력과 취약점은 무엇인가?

조습: 나를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작가로 규정하기 보다는, 작가와 작품은 무엇인가를 먼저 말하고 싶다. 작가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순간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분석과 반성을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그것의 결과물이다. 전세계에서 남한은 다른 1세계 국가하고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많은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는 제3세계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의 순간들을 이해해야 했고, 순간들은 지난 40년간의 식민시대, 전쟁, 남북 분단, 군사독재, 지역 갈등 등이 있겠다. 남한은 그런 구조를 안고 살수 밖에 없는 나라이다. 그리고 현대 미술에서 가장 미덕은 사회에 대한 비판성과 인간적 반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JM: 당신의 사진들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1980년대 한국에서 떠오른 정치적인 미술들의 유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습:  당시 정치적인 미술과는 나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이에 있어서는 크게 고려하지는 않는다. 1980년대와 지금은 많은 부분 차이가 있고 나는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가 국내 민주화란 격변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세계화의 격변을 치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오는 자만심과 오만 그리고 물질화된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JM: 최근 작품일수록 조명이 좀 더 차갑거나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따뜻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미지들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리고 당신의 작업방식에서 노리는 효과는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조습: 컨테이너Container 시리즈는 밀폐된 공간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차갑거나 건조하다라는 평가를 들었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하기 위해서 그리고 컨테이너라는 금속의 차가운 물질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약간에 은유로 보아도 좋다.

가장 최근에 작품 ‘일식’ Eclipse 시리즈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촬영을 했는데 차갑지만 회화적이고 동양적인 정서와 색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시리즈인데 해가 완전히 가라진 밤에 전부를 촬영했다. 작업방식에서 노리는 효과는 시리즈 별로 각각 다른데 최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회화’적인 사진, 미학적으로 풍부한 ‘감성’을 지닌 사진을 만드는데 두고 있다. 거기에 아이러니 irony

와 위트 wit을 작품에 어떻게 넣을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JM: 사진을 사용하는 아티스트로서 여전히 우리가 이미지로부터 충격을 받고 불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당신에게 있어 다른 것들과는 달리 사진이라는 매체만이 갖는 특성은 무엇인가?

조습: 요즈음의3D 영화를 보면 앞으로 영화산업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가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면 많은 지금까지의 일반 영화들은 고전 영화처럼 보일 것이다. 어쩌면 사진이나 여러 순수 미술도 앞으로의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현대의 기술과 과학 앞에 미술의 역할과 위치는 무엇일까?’ 가 정확한 질문이 되겠다. 많은 기술과 자본이 투입된 산업예술 앞에서 순수 미술 혹은 순수 사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산업예술에서 보여줄 수 없는 ‘정서’와 ‘감흥’,’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뿐이 없다고 생각한다. 회화, 사진, 조각 모두 마찬가지이며, 내가 사진이란 매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런 현실 상황 안에서 사진이란 매체로 회화적인 구조와 다른 여러 가지 상황들이 서로 엉켜있는 어떤 서사가 있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JM: 한국적 상황 그리고 이와 관련된 주제들이 지역의 경계를 벗어나 보편적인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는가?

조습:  작품이 한국의 이야기만이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다. 정서나 문화의 차이는 약간 있겠지만 사실은 전세계의 벌어지는 보편적인 이야기들이다. 인권, 자본, 자유주의, 빈부의 격차, 이주민, 차별, 도시, 정치권력, 인종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가 공유되는 것들 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주체의 이성적 응전이 불투명해지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나는 이성과 폭력, 논리와 비약, 비탄과 명랑, 상충되는 개념들을 충돌시키면서 현실의 이데올로기에 구멍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충돌지점에서 뜻밖의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주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쾌하면서 불온한 상상력을 통해 내가 연출하고 있는 것은, 이성적 주체의 안락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호 이해의 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가로 질러야만 하는 어떤 불모성에 대한 것이며, 불모성 속에서도 꿈꿔야 하는 새로운 주체이행과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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