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Julia Marsh: 학생 때는 서사영화와 영상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신의 현재 작업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비선형적 구조를 띄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하게 된 계기나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김태윤: 작업을 하는 과정을 좀 단순화하고 싶었다. 생각을 쌓아놓고 모았다가 한번에 보여주는 방식보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작업하길 원했다. 그때 나에게 (서사)영화는 너무 복잡한 과정들 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때의 영향이 깊게 박혀있고 그것을 작업에 활용하려고 한다.

JM: 당신은 몹시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용하는데, 그 결과물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드러나거나 최면을 거는 듯한 무늬를 띈다. 나는 당신이 작업에 투여하는 노동이 트랜스음악 문화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작업과 결과물 사이에 어떤 정신적 연결성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작업 그 자체일 뿐인가?

김태윤: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작과 끝의 경계가 아련한 것들. 계속 돌고 도는 무언가. 끝에 대한 기대없이 다음에 무언가가 나올거라는 예측없이 순수하게 바라볼수 있는 움직임 같은 것들을 찾다보니 알고리즘을 이용하게 되었고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모양/형태도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알고리즘 자체도 사실 그렇게 복잡한것은 아니다. 나의 많은 부분들은 전자음악 또는 샘플링 문화등에서 영향을 받았다. 음악문화는 나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있다.

JM: 2013년도에 작업한 개별 작품들은 미니멀리즘이나 컬러 필드 페인팅과 흡사한 색채나 무늬를 채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당신이 디지털 연산을 통해 작업을 만들어내지만 스스로를 화가로 여긴다고 말해도 되겠는가?

김태윤: 나의 일부 작업들은 소프트웨어 자체가 그림을 그리는 일종의 시스템을 구상 한다. 대부분 단순한 움직임을 랜덤하게 생성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움직임이나 리듬 영화에서의 컷이나 디졸브 같은 요소들을 서사 없이 시간적 이미지로써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화가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화가들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색은 감정을 갖고있다고 생각한다.

JM: 당신의 작업 Chit Chat (2012/2013) 은 소셜 미디어와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에 다가가는 한편, 다른 작업들은 인터넷에서 생산된 정보의 유형들을 활용한다. Chit Chat 작업에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든 이후 소셜 미디어가 변화했다고 생각하는가?

김태윤: 소셜미디어를 작업에 사용 하기로 한건 녹화된 대상이 아닌 현재 포착되는 것들 로써의 데이터,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그것 또한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한 수많은 반복적 움직임들이고 시간적 이미지이다. 2012년에 chit chat 에 사용된 ‘love’와 ‘hate’ 두 단어를 2014년에는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보여줄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그만큼 사용자와 트래픽이 늘어났다는 이야기 이다. 나도 그때 보다 지금 훨씬더 접속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JM: 당신 작업의 또다른 측면은, 당신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주 쉽게 접속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한다든지,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트위터를 원료로 쓰는 것 처럼 말이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당신은 무엇에 응답하는 것인가?

김태윤: 나는 하루에 아주 많은 시간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지낸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받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지나간다. 자연스럽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고 있다. 가상은 이제 만질수 있는 것이 되었고 현실은 점점 더 만질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환경으로 부터 영향을 받는 상대적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빠른 인터넷속도와 언제든 접속 가능한 정보들, 거리의 전광판에 보여지는 환상들, 간판불빛의 리듬, 점점더 빨라지는 교통수단등이 어떤 영향을 만들고 있을까. 점점 좁아지는 현실적 공간과 점점 커지는 가상공간의 영역에서 어떤식으로 적응 해나갈수 있을까 생각한다.

JM:당신은 당신의 작업을 디지털 매체의 표면에 잡힌 주름이나 접힌 면과 같은, 표면을 어지럽히는 어떤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말해줄 수 있겠는가?

김태윤: 스크린의 질감은 매끈하다. 기술이 발전된 요즘에는 스크린 속의 픽셀은 더 촘촘해지고 이미지는 더 매끄러워진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모든것이 촘촘해지는것 같지만 대부분의 컴퓨터들도 버그가 있고 에러가 나듯이 겉으로는 매끄러움에도 미세한곳에는 보이지 않는 주름들이 생기고 있다. 디지털 매체는 그런것들을 찾아내고 보여주는데 아주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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