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Julia Marsh: 당신의 작품은 형식주의나 미니멀리즘 조소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나 원칙들을 지니고 있는데, 또한 장소특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당신이 작업을 계획할 때 공간과 관련하여 바탕을 삼는 특정한 개념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역으로, 공간은 당신의 작업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정소영:내가공간과관련하여바탕을삼는특정한개념은우리가사는세계를이루는공간을형성하는물질과그구조의법칙성을찾고해석하는것이다. 이러한물질의법칙성은발현된형태를통해서만발견될수있다. 내작업에서는특히중력이가장중요하게드러나는데, 이것은물리적세계에귀속되는인간의불가피한상태이기때문이다. 재료를이용하여창작하는시각예술가의상태도마찬가지이다. 이러한법칙이적용되어보여지는형태로인하여형식주의나미니멀리즘을연상할수도있겠다. 하지만내작업의형태는공간, 장소, 환경에대한관찰로이루어진것이기때문에미술의역사적맥락에근거하는개념적조각은아니다. 또한화이트큐브안이건바깥이건, 그장소의맥락을작품속에포함시키는작업을하고있다. 작품을완성시키는것은항상그작품이놓여지는공간이다.

JM:과거에 조소는 위에서 언급된 것과 같은 범주들에 속해왔다. 아마도 이념을 탈피했다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당신은 일종의 범주로 받아들여진 조각의 예술사조들로부터 벗어난 어떤 디자인이나 감각의 원칙들에 당신의 작품들이 보다 밀착되어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당신의 작품이 추상과 대비되며, 구상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전형이 당신의 작품에서 어떻게 생성되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정소영:물질로이루어진세계를경험하고그경험중에생성되는감각에따라작품의존재가결정되어진다고생각한다. 이것은일종의작가적유물론이라고할수있겠다. 상상과초월적정신에의거하는창작이아니라, 경험과관찰로부터발생하는감각과현상에대한창작이다. 그러므로앞서얘기했듯이내작업은추상과대비된다. 구상적이라고표현할수는없고구축적이라고할수있겠다.

JM: 최근 당신은 경남 함양에서 열린 <라운드 프로젝트>에 포함될작업 제작을 요청받았었다. 이 작업들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단체의 엄격한 요구사항들을 지켜야만 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비단 당신의 작업 결과물뿐만아니라, 페스티발리즘과 커뮤니티 아트의 시대 속에 위치한 장소특정적 작업에 대한 당신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정소영:이번프로젝트에서는미술관이나갤러리에서보여줬던나의조각, 설치작업들에비해좀더개념적으로단순화되고공공의기능적인역할을할수있는작업을선보였다. 어떤한장소에영구설치한작업이항상장소특정적작업의성격을띄는것은아니다. 영구설치, 즉작품이그지역의재산으로귀속된다는뜻으로간주하였을때, 영구설치는그장소의특색을연구하고반영하는것에중점을두지않는다. 작품이설치된공간과어울려지는것이물론중요하지만, 나는그장소성, 시간성과별개로독립적으로존재할수있는작업을만들어야한다는생각을갖게되었다. 한국에서진행되는공공미술프로젝트는여러방향이있는데, 내가참여한프로젝트는지역의조사에바탕을둔창작이아닌, 지역의맥락과가능성을새로만들어주는것에의미를두고있었다. 미술을통한젠트리피케이션으로볼수있겠다.

JM: 과거 100여 년간 우리의 자연과 인공에 대한 관념들은 심각하게 재검토되어왔다. 오늘날 종종 인공적이라 여겨지는 것이 유기적으로 생산되기도 하며, 인간이 만든 것은 또다른 자연 법칙의 한 층위일 뿐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분할이 당신의 작업의 핵심인 것 처럼 보이는데, 말하자면 당신의 작업은 추상과 구상,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과 같은 용인된 개념들을 뒤집으려는 시도들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서, 당신에게 있어 이러한 시도들의 성패는 어디에 달려있다고 보는가?

정소영:이러한시도들의성패를결정짓는요인이무엇인지찾기는어렵다. 나의경우는이러한양가적인현상의법칙을충분히이해하고작가로서그법칙과어떻게반응할것인가가성패를가를것이라고생각한다. 어려운길이지만, 작가의지나친감성과의식을대입하는과잉에서벗어나고, 소위현대사회에서대두되는‘자연친화주의’의모순적상황을정확히인지하고그처럼해석될수있는여지를제거해야한다고생각한다. 자연과인공사이에서발생하는긴장감으로발생하는현상을근거로그두개의축에동시에공존할수있어야된다고생각한다. 그럼으로계속하여질문할수있고, 열려있는하나의장이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JM: 한국 현대 미술의 궤적 속에서 당신은 스스로를 어디에 위치시키는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미국의 조소를 기념비나 표지석과 같은 스스로의 기원으로부터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파열과 탈구의 길이라 정의한 바 있는데, 당신이 보기에 한국 조소의 역사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조소가 향하고 있는 장소는 어디라고 보는가?

정소영:한국조소의역사에대해깊게연구해보지는않았다. 하지만물성에관념을대입하는근대조각이있었고, 그후형상의재현을통하여작가의개념을드러내는조각이있었다면, 나는물성의법칙과작가의자유의지가서로결합되어나타나는현상을‘조각’을통해드러내고있다고할수있겠다. 미국의조소가새로운장소로향하는파열의길이라고했다면, 한국의조소또한분명‘해체’를통하여조소의새로운가능성을실험하였다. 하지만그해체의결과로조소의개념은확장되고다분화되었으며다중적장소성을띄게되었다고생각한다. 내가생각하기에조소가향하는장소는인간의비물질적이고정신적인세계에유물적인존재로그존재성의강화되어위치하여그존재성을유지시킬수있다고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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